동양인 최초 국제 학술지 편집장, 음성학 분야의 새로운 돛대가 되다. (위클리한양 201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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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최초 국제 학술지 편집장, 음성학 분야의 새로운 돛대가 되다. (위클리한양 2015.12.23) 2016/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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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최초 국제 학술지 편집장, 음성학 분야의 새로운 돛대가 되다
Journal of Phonetics 신임 편집장 조태홍 교수(인문과학대 영어영문학과)

 
세계 무대에 한양의 이름이 올랐다. 한양대 조태홍 교수(인문과학대 영어영문학과)가 세계저명학술지 ‘저널 오브 포네틱스(Journal of Phonetics)’의 편집장을 맡게 됐다. 한국인으로서도, 동양인으로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논문이 실리는 것조차 어렵다고 정평이 나있는 이 학술지에 조 교수가 편집장을 맡은 것은 우리나라 인문사회계열의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이다. 지난 5년 간 부편집장을 맡았으며, 내년 1월 1일부터 편집장으로 활동할 조태홍 교수(인문대과학대 영어영문학과)를 만났다.

유래 없는 기록, 한국대학 교수가 국제 학술지 편집장이 되다

▲ '저널 오브 포네틱스(Journal of Phonetics)'의 편집장을 맡
게 된 조태홍 교수는 "학자로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힘든 과정
들이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기에 가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음성학’은 인간의 의사 전달 수단인 언어를 구성하는 ‘언어 음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 분야다. 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포네틱스’의 신임 편집장에 조태홍 교수가 선정됐다. 저널 오브 포네틱스는 국제적 수준의 학술지를 분류하는 기준인 SSCI(Social Science Citation Index)에 등재돼 있는 음성학 학술지 중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로 그 명성을 자랑한다. 조 교수는 지난 5년 간 부편집장으로 활동했고, 오는 2016년 1월부터 편집장 자리에 오른다. 이제는 편집장으로서 동료들을 마주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함께 일해왔던 동료들과 학자들의 신임을 받아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학자들과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선 수준 높은 학문적 역량이 필요했습니다. 학자로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힘든 과정들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널 오브 포네틱스’는 음성학 분야에서 상징적인 위치에 있다. 학자들에게는 논문을 게재하는 것만으로 대단한 영광으로 여겨진다. 서양의 학자들이 주축을 이루는 인문사회계열에서 한국대학 교수가 학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편집장이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한국에 기반을 둔 인문사회계열의 연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 교수는 그간 논문을 통해 학자로서 역량을 인정 받아왔다. 지난 15여 년 동안 30여 편의 논문(A&HCI/SSCI급)을 국제저명학술지에 꾸준히 게재했으며, 현재는 유럽 전문학술저서 ‘언어과학출판사(Language Science Press)’의 편집인을 역임 중이다. 구글학술검색 인용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 간 조 교수의 논문 인용 횟수는 3000건이 넘어 간다. 편집장에 선정된 것은 이런 다양한 성과를 반영한 결과다.

이 학술지의 경우 SSCI급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한다. JCR(Journal Citation Report)에서 상위 10%에 드는 것. 때문에 이곳에 게재되는 논문은 까다로운 검정 문턱을 통과해야 한다.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을 걸쳐 진행되는 검토 과정을 모두 총괄하는 것이 편집자의 역할이다. “1년에 200여 편의 장문 논문이 학술지로 투고돼요. 저는 이 논문들을 읽고 학문적 가치를 일차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통계적으로 3분의 1은 그 자리에서 거절당하죠.”

논문을 검토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찾고, 이들에게 검토를 맡기는 이 과정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까지 간다. “언어학은 제 전문 분야지만 세계 유수 학자들이 쓴 논문의 학문적 가치를 판단 한다는 것은 큰 부담입니다. 논문 거절에 대한 이의제기를 받아 해결하는 것까지 모두 편집장의 일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음성학, 내 삶과 떨어질 수 없는 것

▲ '저널 오브 포네틱스(Journal of Phonetics)'는 음성학 분야
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이다.(사진 출처 : Journal of Phon
etics)

언어학의 가장 기초가 되는 음성언어를 연구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는 조 교수. 그가 처음 음성학을 접하게 된 것은 영어공부를 하면서였다. “그 시절에는 영어만 잘해도 주변에서 우러러봤죠. 저는 하루에도 10시간씩 원어민의 발음을 따라 연습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대학에서 음성학 수업을 우연히 듣게 됐는데 그때 충격을 받았죠. 처음 발음공부를 했을 때 고심했던 것들이 모두 과학적인 근거가 있었단 걸 발견한 거죠. 발화의 원리를 접하면서 음성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조 교수는 학부를 졸업하고 곧장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UCLA에서 ‘음성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故) 피터 라데포그드(Peter Ladefoged) 교수의 지도를 받았고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막스프랑크 심리학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Psycholinguistics)에서 전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세계무대에서 쌓은 연구경험은 훗날 조 교수의 학문적 토대가 됐다.

조 교수는 아직도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탐구하는 것이 즐겁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이와 상관없이 연구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는 다짐에서 학문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와 학술지 활동에 보내는 조 교수에게도 소소한 취미가 있다. 차 안에서 혼자 음악감상을 하는 것. 음성학을 연구해서일까? 소리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음악 또한 그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음악감상은 저의 유일한 취미입니다. 큰 소리로 혼자 차 안에서 좋아하는 곡을 듣는 것은 연구 이외의 또 다른 즐거움이죠. 해마다 12월이 되면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즐겨 듣습니다. 1악장부터 4악장까지 마치 생명의 탄생과 소멸하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아요. 꼭 한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자신의 선택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

2005년 한양대에 교수로 부임해 이제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조 교수에게는 대학교육 역시 큰 의미를 가진다. 조 교수는 자신의 교육철학을 덧붙여 설명했다. “대학은 학문하는 곳입니다. 문제상황을 분석하고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질문 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런 사고 과정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어요. 단순히 교과서를 암기하거나 지나치게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은 대학교육의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문제 해결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 돕고 새로운 연구성과와 생생한 연구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제저명학술지의 편집장은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은 학자가 오를 수 있는 자리로 학자에게는 최고의 명예직이다. 그가 음성학이라는 한 분야에 전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순간의 선택에 늘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저는 어떤 선택이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에는 그것 자체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죠. 다른 것과 저울질 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것의 최고의 미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결국 최선의 선택을 만듭니다. 그러면 어느새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가게 될 거예요.”

▲ 조태홍 교수는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다"며 "언제나 자신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수정 기자sj93021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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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설비 기자sbi444@hanyang.ac.kr